[회고록] 24년 상반기
24년 상반기를 돌이켜보며
벌써 24년도 6개월이 지났다.
24년 1월이 됐을 때만 해도 시간이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6월이라니.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면 나는 6개월동안 무엇을 했을까. 2023년에는? 과거를 돌이켜 볼수록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 회고록을 써본다.
미룰 수 없는 시스템 개선
현 회사에 입사한지도 어연 1년 반이 넘었다.
그동안 해온 일들을 돌이켜 봤을 때 올해 가장 공을 들인 건 역시 시스템 개선이다.
처음 입사했을 때 가장 놀랐던 게 바로 엄청난 양의 하드코딩이었다. 하드코딩은 피할 수 없는 길이라지만. 거진 15년의 코드가 쌓이면서 아무도 손댈 수 없는 코드가 되어버렸다.
웹에만 있고 모바일에는 개발되지 않은 기능, 동일한 기능 다른 테이블, DB컬럼과 변수명 불일치… 또 지금은 안 쓰는 코드는 얼마나 많은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 대부분의 기능이 실제 로직이 존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주석에 사담을 적어놓은 부분을 만날 때마다 분노가 차올랐지만…. 화를 내서 뭐 하겠는가. 그들은 이미 퇴사했다… 그리고 나 역시 신규 개발 건에 쫓기다 보니 개선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정말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건 인사평가 자료를 정리할 때였다. 작년 한 해동안 내가 처리한 신규 개발 250건 중에 3분의 1이 하드코딩이었다는 정량적 사실을 눈앞에 두고 눈앞이 아찔해졌다.
그때부터 당장 하드코딩 분석하고 자주 들어오는 요청 정리해서 시스템 개선에 들어갔다. 당연하지만 자발적인 개선사항이라 개발공수로도 안 들어가고 업무와 병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틈만 나면 개선 건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클린 코딩이 무엇이냐, 왜 필요한지 뼈저리게 느끼면서. 새로운 주석과 함께 히스토리를 남겼다.
나름대로 대공사였지만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을만큼 성능 이슈가 개선된 것도 아니고, 이 파트의 개발자는 나 뿐이라 알아줄 사람도 없겠다. 오로지 업무 효율성을 위한 개발이었는데...
대형사고...^ ^
이 회고록을 쓰던 중 서비스에서 엄청나게 큰 사고가 터졌다.
원인은 역시나 레거시 코드, 인수인계 안 됨 등. 입퇴사가 반복되는 회사의 여러 고질적인 문제가 겹쳐서 발생했다. 이 사건을 통해 잘 돌아가는 레거시 시스템이어도 시한폭탄이라는 걸 다시 확인했다...^ ^
다행히 빠르게 대처해서 더 큰 사고로 번지는 건 막았다. 그 과정에서 내가 진행했던 개선 건이 큰 도움이 되었다. 당시에는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게 아닐까. 이걸 한다고 체감이 되는 것도 아닌데 괜히 잘 돌아가는 시스템에 힘 빼는 게 아닐까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때의 노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오히려 미리 개선해놓지 않았더라면….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난다.
워낙 다사다난한 상반기였지만 노력한 만큼 인정도 받았다. 상반기 성과 포상 대상자가 되어 고등학생 이후로 처음으로 단상에서 상을 받았는데. 사실 포상을 받았다는 것보다도 현업과 나, 우리의 고생을 알아준다는 느낌이 앞으로 더 힘내자는 격려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혼자서는 일 할 수 없다
회고록을 다시 읽어보면서 너무 내가 잘했다는 얘기인가 싶지만.
상반기동안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고, 나 또한 많은 사람의 도움이 되었다는 걸 적고 싶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답답할 때도 있고, 짜증날 때도 있고, 저 사람은 왜 저러나 생각할 때도 많다...
위에 적었다시피 현재 회사는 서비스 내에서 파트 별로 나눠지고. 이 파트 개발자는 나 혼자라 일할 때는 항상 모든 일을 내가 해야 된다는 강박이 있었다. 같은 회사의 사람이라도 나의 편보다는 고객의 편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랬는데 어려운 일이 생길 때는 늘 나를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이번에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혼자서는 일 할 수 없구나, 또, 내가 일하는 걸 다들 알아주고 있구나. 그러면서 입사 이후로 처음으로 회사에 소속감을 느끼고 하반기에는 조금 더 현업들과 소통하고, 더 나은 시스템을 위해 고민해야겠다.